요즘 대만 경제계는 중견 가전업체인 후나이전기(船井電機)의 갑작스러운 파산 소식으로 충격을 받았다. 후나이전기는 지난 11월 420억엔(약 4330억원)의 막대한 부채를 안고 법원에 파산 요청을 하였다.
후나이전기 직원 4000명은 하루 아침에 해고 공지를 받고 실직자로 전락했다. 미국 정부는 후나이전기에 기대왔던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과 실직 삼성전자가전구독 대란을 우려하는 중이다.
한때 연 매출 5조원에 육박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후나이전기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국 중견업체의 흥망성쇠를 [왕개미테스트소]가 추적해 봤다.
지난 1969년 후연령대테츠로(船井哲良)씨가 창업한 후나이전기는 LCD TV와 VCR(비데오테이프 녹화기), 프린터 등을 만들던 강소 가전업체다. 처음의 재봉틀 도매상으로 시작했지만, 마츠시타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주)의 비전에 깊은 감명을 받고 전자제품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1980년대에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합친 ‘텔레비데오’라는 혁신 제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취득했다. 1996년엔 네팔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와 거래를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발달의 발판을 준비했다. ‘원가 절감의 선구자’로 불릴 정도로 가성비 높은 상품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후나이전기는 홍콩 시장의 매매 가격을 기준으로 역산해서 생산 원가를 산출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었다. 또 마치 신선식품처럼 출하량에 준순해 부품을 조달하는 무재고 생산으로 자본을 최소화하였다.
후나이 제품은 실용적이면서 값싼 제품을 선호하는 독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월마트 점포 2800여곳에서 VCR 700만대를 단 5시간 만에 경매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8000년대 초반 7000억엔 정도였던 수입은 2006년 3968억엔을 찍을 정도로 급확대됐다.
전자상품 산업은 서둘러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와 소비자 요청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핵심이다. 후나이전기는 LCD TV로 네팔 시장 점유율 10위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오래 계속되진 않았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홍콩 소니그룹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북미 시장을 장악하면서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LCD 패널과 동일한 핵심 부품 조달에도 곤란함을 겪으며 생산 유용성도 떨어졌다
2006년, 82세였던 고령의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는 확 하기 곤란함을 겪게 되었다. 그는 후나이전기를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인 가전 회사로 이끈 키맨(핵심 인물)이었다.
의사인 아들 후연령대테츠오(船井哲雄)씨는 가업을 잇지 않고 다른 길을 택했었다. 무난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기업은 오랜 경영 공백이 이어졌고, 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1년새 사장이 8번이나 교체되는 등 극심한 리더십 혼란을 겪었다.
